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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오늘이 가기 전에 올리고 싶었습니다. 벌써 밤 11시네요.

7년 전. 어느새 벌써 7 년이 되엇습니다.

 

제가 처음 거리로 나왔던 이유가 몇 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회상이 뜸해지고, 그저 약간의 관심과 안타까움만을 가진 채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또는 나와 실제로는 관계 없는 TV프로그램의 사건사고를 대하듯이.

 

처음 물대포를 뒤집어쓰고 느낀 *이건 아니다*라는 강렬한 감정이 점차 삶에 희석될 때 쯔음.  

또는 이만큼 뻗대 봤으니 괜찮지 않냐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정도. 였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헤프닝으로 생각했엇다는 이야기는, 몇년 전 노란리본 나눔에 관한 글에서

한번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 학창시절에 비슷한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아주 우스운 소동이 있었고

그냥 그런 종류의 일인줄 알고 *학창 시절에 재미난 일을 겪게 된 부러운 애들*로 생각하고 평범히 일한 하루였으며

들어오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고요.

 

그때의 심정을 다시 정확하게 떠올리기는 좀 힘듭니다만

 

그냥 멍햇습니다.

 

그보다 더 이른 시간. 2008년. 5월 말쯤

저는 제가 옳다고 여기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화나고 흥분한 여러 연령대의 낮모르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던 소라광장과 청계천 근처의 축제 자원봉사자 비슷한 거였고, 저보다 어린 친구들 몇 명을 행사 끝날때까지 안전하게 데리고 다니다가 무사히 아침 첫차로 집으로 보내주는 걸 목표로 하는 병아리 보호자 비슷한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저보다 훨씬 연장자들에게 보호받는 입장이었습니다만 그때는 그걸 정확하게 알지 못햇고,

윗 세대의 사람들이 툭툭 내뱉는 말. 그저 뭔가 하나 꼬투리잡아서 상황을 뒤엎지 않으면 이대로 또 흐지부지되고 말 거라는 절박함을 그저 집단심리로 흥분해서 저러는거 아닌가 싶은 눈으로 보기도 햇었습니다.   

 

그 후로 새벽에 찬물을 몇번 뒤집어쓰고 억울함과 화남이라는 감정에 결국 저도 그들에게 동화되어

(눈앞에서 사람 피터지게 맞는걸 보면 대략 눈이 돌아갑니다.^^)

몇 개월이고 몇 년이고 꾸준히 세상에게 딴지를 거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만

 

2014년의 저는 집안 사정으로 큰 사건을 겪은 후 아직 정서적, 정신적인 회복이 덜 되었던 시기로

그야말로 세상과 타협하던 때.. 라고 기억납니다. 

그리고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그 시간대에

한때 새벽시간에 서울시청광장과 광화문을 한번이라도 헤메어 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생각을 떠올렷을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때 좀만 더 용감햇더라면, 얻어터지는걸 두려워하지 않고 버스 위를 넘어가려는 사람을 진정시킨답시고 뜯어말리지 않고 도와줫더라면, 폭력시위라는 말에 움찔하지 않고 욕을 먹던말던 세상을 뒤엎었더라면, 느슨한 저항이 세상을 바꿀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이명박을 확실히 끌어내리렸더라면, 박근혜말고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이런 사건도 없지 않았을까.

 

 

 

 

20140416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아무도 믿지 말고 알아서 도망가야 하는 게 세상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게 된 세대에게

얼마 안 되는 얇은 세월 차이로 퉁쳐서 기성세대로 묶인 저는 아직도 무슨 변명을 해야 할지 모르겟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내가 받을 불이익이 두려워 누군가가 앞서기를 바랫던 군중의 일부엿습니다.

알량한 양심으로나마 끝까지 함께 하겟다는 구호를 같이 말해주지 못햇고, 그래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을수는 없어 *할수 있을 법 해 보이는것* 몇 가지를 겨우 해놓고 나도 참여했다는 기분만 겨우 내는 그런사람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나는 얼마나 진정성있는 말과 행동을 했던 걸까요.

적어도 아직까지 기억나는 감정은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당신들을 돕겟다는 것,

어디까지 같이 할 수 있을진 모르겟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진심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범주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뭐라도 지원해 드리겟다는 것

 

나는 적어도 내 감정. 생각꼴과 마음꼴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그 점은 변함이 없지만

과연 지금 느끼는 감정도 그때와 같은 농도인지 잘 모르겟습니다.

 

그저 다만. 마지막까지 손 안에 남아있는 것은

선한 사람이 될수 없을 지언정, 일부러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라는 서원과

뭔가 불이익을 받는다 하더라도, 단 하루를 살더라도,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살아가겟다는 오래 된 고집뿐입니다. 

 

내가 세상에 어떤 의도를 담아 무언가 영향을 줄수 있다면

출처 없이, 누가 시작한 건지 알 바 없이, 그걸 본 다른 누군가가 따라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언가 시작해 보자..라는 의도로 진행했던 노란리본 나눔은 

슬프게도 아직 진행중입니다.

 

제가 누구인지, 당신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안합니다.